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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로 낙인된 아이들(노르웨이할덴교도소vs브라질Projeto Axé)

by amvermac0114 2025. 4. 22.

범죄자로 낙인된 아이들(노르웨이할덴교도소vs브라질Projeto Axé)

회복의 교육, 성장의 사회를 위한 길 – 아이들을 다시 품기 위해

가족모두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
가족모두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청소년은 실수할 수 있는 존재다. 그 실수가 범죄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선을 긋고 사회의 바깥으로 밀어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처벌의 강도가 아니라, 그 아이가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회복과 재적응의 기회를 제공하는가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노르웨이의 ‘할덴 교도소’와 브라질의 ‘아셰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변화를 위한 두 가지 대조적인, 그러나 본질적으로 닮은 모델이다. 하나는 북유럽의 제도화된 교정 교육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남미의 예술 중심 커뮤니티 기반 회복 프로그램이다. 이 두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점은 단 하나다.
회복의 과정은 ‘안전한 환경’, ‘자기 표현’, 그리고 ‘사회적 지지’가 함께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할덴 교도소는 더 이상 ‘벌을 받는 곳’이 아니라, 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준비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다. 재소자들은 개인 공간을 보장받고, 상담과 심리치료, 직업 훈련과 예술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삶을 재정립한다. 이곳의 핵심은 인간 존엄성의 회복에 있다. 아이들이 처벌 속에서 자존감을 잃는 것이 아니라, 존중 속에서 자아를 회복하고 책임을 배우는 것이다. 그 결과 이 교도소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낮은 재범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브라질의 아셰 프로젝트는 공식적인 처벌 시스템 바깥에서 시작되었다. 거리 청소년, 빈곤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예술이라는 통로를 통해 다시 ‘사람’이 되는 경험을 제공받는다. 음악, 춤, 미술 등 자기 표현의 도구들은 이 아이들에게 자신을 해석할 수 있는 언어가 되고, 그 언어는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실마리가 된다. 단순한 재교육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가 ‘존재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과정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위기 청소년들을 단순히 교정 대상이나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제도적 한계와 사회적 편견 속에서, 실수를 경험한 아이들은 점점 더 깊은 소외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는 이제 처벌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 그 아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역할이라면, ‘회복의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시스템 그 자체보다,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철학과 시선이다. 아이를 범죄자로 낙인찍기 전에,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 아이를 지탱해줄 수 있을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 안전한 환경의 구축이다. 위기 청소년이 감정과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심리적·물리적 공간이 절실하다. 이는 단순한 보호 시설이 아니라, 자율과 존중이 공존하는 회복의 터전이어야 한다.

둘째, 자기 표현의 기회 보장이다. 예술, 글쓰기, 스포츠, 공동체 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표현은 곧 정체성의 회복이고, 이는 자존감과 연결된다.

셋째, 지속적인 사회적 지지 체계의 마련이다. 학교와 지역사회, 전문가 집단과 멘토들이 연결되어 아이가 사회로 돌아가는 여정을 함께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특히 퇴소 이후의 연속적 지원은 이탈을 막는 핵심 장치가 된다.

할덴과 아셰는 분명히 다른 환경에서 출발했지만,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는 어른들의 연대가 있었기에 변화가 가능했다. 한국 교육이 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점은, 제도의 완성도가 아니라 사람을 다시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아이는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존재다. 우리가 그 실패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다. 이제는 그 아이들이 사회의 바깥이 아닌, 회복의 중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진정한 교육은 처벌이 아니라 돌봄과 신뢰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