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성은 말보다 조용한 설득이다
세대별 육아 태도 속 '인내의 의미' 다시 보기
‘참을인(忍)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 삶의 지혜입니다.
그 중에서도 ‘참을성은 말보다 조용한 설득이다’라는 문장은 육아라는 특별한 세계에서 더욱 깊이 다가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요즘 부모 세대의 다양화로 인해 ‘참을성’의 정의와 실천 방식도 변하고 있습니다.
과연 세대에 따라 육아의 참을성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요?
세대에 따른 육아 태도: 참을성에 대한 관점 변화
기성 육아맘 세대 (X세대~초기 밀레니얼M세대)
기성 육아맘 세대는 대체로 참을성을 부모의 책임이자 미덕으로 여깁니다.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참고 견디는 태도가 '좋은 엄마'의 기준이 되었고, 아이 앞에서는 언제나 침착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기대가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부모는 강해야 한다", "아이 앞에서 감정 보이지 말라"는 문화는 이러한 세대적 배경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이들은 자신보다 아이를 먼저 생각하며, 희생과 인내를 통해 양육의 균형을 맞추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러한 양육 태도는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H. Erikson)**의 발달단계 이론과도 연결됩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성인기는 ‘생산성 vs 침체’의 단계로, 많은 부모들이 자신을 희생해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설명합니다(Erikson, 1950).
Z세대 부모 (1995년 이후 출생)
반면, Z세대는 감정의 억제가 아닌 자기 감정의 인식과 표현을 중시합니다.
‘좋은 부모’란 감정을 참기보다는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참을성 역시, 억제의 미덕보다는 감정 조절과 지혜로운 표현이라는 감성지능적 관점에서 해석됩니다.
이는 감성지능(EQ) 개념을 정립한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의 이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감성지능을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관계를 맺는 능력"이라 정의하며, 이러한 능력이 개인의 성공과 관계 만족도를 좌우한다고 말합니다(Goleman, 1995).
또한 Z세대 부모는 육아서 대신 유튜브, SNS, AI 등을 적극 활용하며, 디지털 정보에 기반한 ‘실용 육아’를 추구합니다.
최근 **송민정(2023)**의 연구에 따르면 Z세대 부모는 자기 효능감과 감정 소통을 중시하며, 디지털 환경에 능숙한 만큼 정보의 선택과 활용에서도 자기주도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을성은 억누름이 아닌, 기다려주는 힘
세대에 따라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육아에서 참을성의 본질은 여전히 기다림에 있습니다.
아이의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부모의 참을성은 그 시간을 안전하게 감싸는 울타리 역할을 합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심리학 실험이 바로 **월터 미셸(Walter Mischel)**의 ‘마시멜로 실험’입니다.
그는 아동의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 즉 **자기조절력(self-control)**이 장기적인 성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습니다(Mischel et al., 1989).
그리고 이러한 자기조절력은 바로 부모의 양육 태도—특히 모델링을 통한 참을성의 전달—을 통해 형성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인내의 미학은 세대를 넘어선다
기성 육아맘 세대의 책임감과 끈기, 그리고 Z세대 부모의 감정 소통과 자기존중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모두 아이의 건강한 정서 발달과 자율성을 위한 길입니다.
아이를 기다려주고, 감정을 함께 나누며, 일관된 태도로 삶의 기준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을성이라는 덕목이 말보다 조용하게 아이에게 전하는 설득의 방식입니다.
참고 문헌
- Erikson, E. H. (1950). Childhood and Society. New York: W. W. Norton & Company.
- Goleman, D. (1995). Emotional Intelligence. New York: Bantam Books.
- Mischel, W., Shoda, Y., & Rodriguez, M. L. (1989). Delay of gratification in childre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4(4), 687–696.
- 송민정(2023). 『Z세대 부모의 디지털 양육 태도와 자기효능감 분석』, 한국아동학회지.
- 김영희 외(2020). 『세대별 양육 가치관의 변화와 양육 스트레스 연구』, 한국가족복지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