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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lescence》와 《The Children Act》

by amvermac0114 2025. 4. 8.

법 앞에 선 아이들

 

가족사진 뒷모습
가족사진 뒷모습

- 《Adolescence》와 《The Children Act》, 그 사이의 거리

“소년은 죄를 지었는가, 아니면 세상이 그를 죄인으로 만든 걸까?”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2025년 영국 범죄 드라마 《Adolescence》를 보며 떠오른 영화가 하나 있었다.
2017년 개봉작 《The Children Act》.
둘은 시대도, 이야기 방식도 다르지만 *'아이와 법'*이라는 무거운 질문을 중심에 두고 있다.


1. 이야기의 출발점: ‘누가 판단하는가’

《Adolescence》는 한 13세 소년이 살인 혐의로 체포되며 시작된다.
아직은 손톱을 물어뜯는 나이에, 이미 법정에 불려 나온 아이.
그를 수사하는 경찰도, 그를 걱정하는 교사도, 그를 포기한 듯한 부모도… 아무도 ‘그 아이의 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반면, 《The Children Act》는 성숙한 지성과 절제력을 갖춘 여판사 피오나가 백혈병 치료를 거부하는 17세 소년의 생사를 결정하게 되면서 전개된다.
판결은 내려졌지만, 그 이후 피오나의 내면은 흔들린다. "나는 그 아이를 살렸는가, 혹은 무엇인가를 앗아간 걸까?"


2. 소년의 시선 vs 판사의 시선

《Adolescence》는 끝까지 소년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보다, 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좇는다.
원테이크로 촬영된 화면은 우리를 강제로 그 소년의 옆에 붙들어두고, 숨소리 하나까지 함께 나누게 만든다.

반대로 《The Children Act》는 ‘판단하는 자’의 고독과 무게를 보여준다.
피오나 판사는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한다.
그 줄이 끊어졌을 때, 그녀는 무엇을 잃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3. 법이 보호하는 것, 법이 놓치는 것

《Adolescence》는 묻는다.
“법은 아이를 보호하려는가, 아니면 처벌하려는가?”
13세는 아직 유치원 냄새가 남아있는 나이다. 그러나 경찰은 묻는다.
"너, 그때 칼을 왜 들었니?"
하지만 정작 아이가 정말 필요했던 질문은,
"너, 그날 무서웠지?"일지도 모른다.

《The Children Act》는 법이 ‘정당한 판단’을 할 수 있어도, 인간의 구원은 그 법 너머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소년 아담은 법적으로 살아났지만, 마음은 죽어갔다. 피오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4. 아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

두 작품은 말한다.
법이 아이를 재단할 수 있을지언정,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건 사회도, 어른도, 때로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이를 보호한다고 믿지만, 때로 그 믿음이 가장 깊은 상처가 된다.


마무리하며

《Adolescence》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The Children Act》는 판단의 무게를 체감하게 한다.
그리고 둘 다, 아주 조용히 물어온다.

 

 

“당신은 아이를, 정말 이해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