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의존 심화,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2022년,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과 비용 증가가 두드러졌고, 서울 강남 3구 학생들이 서울대와 의대 등 주요 대학 정시 전형에서 높은 비율로 합격한 사실은 교육 기회의 지역 및 계층 간 불균형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가계 지출 부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자녀의 교육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회 구조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현실은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적 불신을 방증한다. 만약 공교육이 경쟁력을 회복한다면, 사교육에 투입되는 비용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으며, 이는 곧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삶의 전반적인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교육비 26조 원 시대, 공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1. 대학 진학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기
현재의 교육 체계는 여전히 '대학 입시' 중심의 틀에 갇혀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학창 시절을 대학 진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보내며, 다양한 직업에 대한 정보나 경험을 접할 기회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미래 사회는 더 이상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안정된 직업이나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진로 설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공교육은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직업에 대한 정보 제공, 체험 교육,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 의미 있는 진로를 설계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2. AI 기반 학습 시스템의 도입
개인의 학습 수준과 진도, 이해도를 고려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진 지금, 공교육 시스템 역시 이러한 기술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인공지능 튜터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며, 반복 학습과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면 학교 내 학습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홈스쿨링도 공교육의 범주 안에서 가능해진다. 특히 학습 결손이 우려되는 취약 계층 학생들에게 안정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육청과 정부 차원에서는 AI 기반의 공공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전문화된 고등학교의 확대 필요성
기존의 일반계 고등학교 체계에서는 대학 입시 외의 진로를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마이스터고(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와 같은 전문화된 고등학교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지식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며, 졸업 후 곧바로 취업이 가능한 경로를 제시한다.
이러한 학교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하며, 진로 다양성과 교육 선택권 확대에 기여한다. 하지만 현재 마이스터고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거나 진학 정보 부족으로 지원이 미비한 경우가 많다. 지역 균형을 고려한 추가 설립과 진로 상담 강화를 통해 더 많은 학생이 이 같은 경로를 인식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교육의 재구성, 삶의 질 향상의 시작점
사교육은 비용 측면뿐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와 가족 갈등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반면 공교육이 제대로 기능하면, 그 효과는 단지 사교육비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부모와 아이 모두 교육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나며, 사회 전체적으로는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줄이고, 다양한 인재가 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공교육은 단순히 '학교 교육'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국가가 모든 아동과 청소년에게 제공해야 할 기본적이고 균등한 성장의 기회다.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의 교육, 그리고 기술과 진로 다양성을 담아내는 교육행정체계가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